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보안사 박땡땡 사무관(준위?)에게

5.18 이후

by 黃薔 2020. 1. 19. 16:01

본문

반응형

1980년 5월 17일 자정, 전북대 학생회관 3층에서 전단지 복사를 하다 금마7공수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이세종 선배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 참혹한 공포 속에 잡혀가 상상할 수 없는 고문을 받고 풀려난 이후 나의 19살 이후의 삶은 끔찍하게 뒤틀렸다.
.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서울집에 가니 내 아버지 지인이라며 등장한 박땡땡. 내 아버지 방원 이성찬 선생은 부천 원예농장이 도시화로 붕괴한 후 정신줄을 놓아 인사동 한량으로 옥산 옥전 동양화가들과 교류하며 잡기에 화투를 치며 가산을 탕진 중이었다.
.
장안의 동양화 가격은 방원선생이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는 농을 들을 정도로 인사동 동양화가 뒤치다꺼리에 남은 인생을 거셨다. 그러다 보니 방원선생 주변에는 유명 화가와 서예가의 그림과 서화를 공짜나 저렴한 가격에 구하려는 사람들로 넘실거렸다.
.
사람들은 그 박땡땡을 그런 사람쯤으로 치부했다.
.
정신없이 두들겨 맞으며 보안대 지하실에 들어가면 홀라당 벗겨지고 낡은 군복을 입힌다. 그리고는 토목공사라고 각고목으로 전신을 두드려 팬다. 명찰이나 견장이나 아무런 인식표가 없는 군복을 입거나 사복을 입은 보안대 하사관들이 타작을 한다.
.
내 형들 나이쯤 되었거나 형들보다 몇살 더 먹은 청년들이다. 자기들끼리 오가는 사담 중에 이들이 보안대 하사 중사 상사란 걸 알았다. 고분고분하지 않는다고 사단장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보안대 상사도 두 눈으로 목도했으니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뜨릴 이들의 위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
이상재라는 보안대 준위는 국회의원에 민정당 사무차장을 했다. 그 젊은 고문을 가하는 하사관들이 의무복무를 마치고 제대할 때 쯤 되면 준위시험을 보거나 문관시험을 보는 모양이었다. 그리곤 사무관이라는 호칭으로 돌아다닌다.
.
그 잔혹한 보안대에서 보았던 하사관중에 한명인 박땡땡이 보안사 사무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내 아버지 방원 이성찬 선생과 하루가 멀다하고 붙어 다니고 집안 대소사에 고개를 디밀기 시작했다. 
.
내가 혹시라도 저놈들이 전북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소문낸 이세종 선배의 처참한 죽음의 진실을 떠들지 감시하는 보안사의 감시자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내 부친이나 집안 식구들은 그런지도 모른 체 부친의 자식나이벌 되는 친구쯤으로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내 부친에게서 유명한 화가 서예가의 그림과 서화를 하염없이 갈취(?)해 갔다.
.
그 박땡땡과 마주치는 날이면 고문받던 때가 몸으로 느껴져 어찌 주체할 바를 몰랐다. 내가 사는 길은 한국 땅을 떠나는 길뿐이라고 직감했다. 그리곤 유학을 핑계로 1988년 말 한국 땅을 떠났다.
.
그 박땡땡은 집안 식구들을 통해 늘 내 동향을 파악했다. 워싱턴 대사관 무관을 잘 안다며 전화 통화도 시도했다. 나는 박땡땡의 연락도 집안 식구들의 연락도 끊어버렸다. 아 그랬더니 그 학교에 보안대 대령 딸 현땡땡이 다니고 있었고 그 딸 보호한다고 보안대 요원 하나가 이상한 과정에 등록해 다니고 있었다.
.
또 친하게 지냈고 지금은 한국 명문대 교수로 있는 정땡땡이는 국비유학생이랍시고 1년에 한 번씩 한국 정부에 제출하는 보고서에 내 동향을 적어야겠다고 농을 했지만 난 농이 농으로 들리지 않았다.
.
1년 반 뒤 석사과정을 마치어갈 때 지도교수님이 전공을 환경공학으로 바꾸라는 조언도 있고 겸사겸사 그 학교를 떠나 보스턴 노스이스턴대학교 환경공학과로 옮겼다. 
.
세월이 흘러 나는 환경공학 박사가 되었고 미국 연방 공무원이 되었고 또 2003년에는 5.18 민주화 유공자로 내 명예까지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온 지 처음으로 한국엘 갔다.
.
집안 식구들에게 "그 박땡땡이 어디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세상이 바뀌어 내 아버지 방원선생 근처에서 사라진 모양이다. "월남인가 필리핀인가 가서 사업한다는 것 같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
보안사 박땡땡 사무관(?)을 비롯해 나에게 고문과 억지 자백을 강요하던 악마들은 이제 60줄에 들어섰을 것이고 박땡땡이처럼 월남이나 필리핀 교민으로 사업한다고 숨어 살고 있을 것이다,
.
추재엽 같은 간땡이 부은 놈은 구청장 선거에 붙고 자유한국당 구석에서 단물도 빨고 있을 것이다.
.
혹시 이글을 본, 날 고문했던, 아니 살인마 전두환 폭정 아래 무고한 사람에게 토목공사 전기공사 수도공사를 가했던 놈들은 양심고백을 하고 사과하길 바란다. 난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라도 얼마든지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
.
하지만 사과하지 않는 한 죽어서라도 영원히 그 죄과는 꼭 치루여야만 한다. 
.
+++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