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연속극: 슬기로운 감빵생활]

2020년5월18일

by 黃薔 2020. 8. 17. 03:21

본문

반응형

1980년 5월 18일 0시 전북대 학생회관 3층에서 앤테배 작전을 방불케 하는 금마 7공수 부대원들의 난입으로 농학과 2학년 이세종 선배가 무참하게 살해되는 그 앞에서 나는 인대가 끊어진 체 불법으로 체포되어 무기 실어나르는 차에 실렸다가 전주경찰서 버스를 타고 경찰서 지하실 유치장에서 하루를 묵고는 35사단 헌병대 영창에 감금되었다.
.
그리고는 보안대 지프를 타고 전주 인후동 보안대 인후 공사를 오가며 소설 같은 조서를 온갖 고문을 받으며 외워야 했다. 몇 달 후에는 구치소와 보안대를 오가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법 고문과 소설 같은 조서를 마치 내가 한일인양 강요를 받으며 불법감금을 받았다. 보안대 정문에서 풀려나던 그해 10월까지 나는 경찰서 유치장, 헌병대 영창, 구치소, 보안대 지하실의 실체를 보았다.
.
불법으로 체포되고 구금된 것이고 죄를 만들어 조서를 외우게 했지만 난 5개월간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그 조서를 단 한 줄도 외우지 못했다. 아니 외울 수가 없었다. 내가 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러니 나는 죄목도 없이 불법 구금과 불법 고문만 받다가 풀려났다. 만약 기소가 되어 전남북 계엄분소에서 형이 확정되었다면 교도소에 갔을 거다.
.
그래서 난 교도소를 가보지 못했다. 구치소에서 난 다행히도 방장을 하는 조폭들이 사상범 취급을 해주는 바람에 선생 대접을 받으며 상석에 앉아 잠을 자고 보안대에서 받는 고문의 고통을 달랬었다. 그때 구치소에서 사형수를 보았고 사형수는 교도소가 아니라 구치소에만 있다는 걸 알았다. 사형수에게 기소는 곧 죽음이기에 굳이 교도소를 갈 일이 없다는 걸 알았다.
.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연속극을 보았다. 내 각시는 뭐 이런 걸 보느냐고 핀잔을 하는 바람에 쭉 보지는 못했지만, 구치소와 교도소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었다. 호텔을 방불케 하는 시설이나 죄인들이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연속극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이 교정시설까지 선진국 수준에 달한 모양이다. 그러니 죄짓는 걸 우습게들 보고 살인을 하고 서슴없이 범죄들을 저지르는 모양이다. 지도층 인사들이나 바닥 인생들이나 할 것 없이 말이다.
.
+++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