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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평범성 - The Banality of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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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黃薔 2023. 3. 2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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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MmyEWQtUPY

교수형에 처해진 나치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의 재판에서 아이히만의 모습과 진술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상상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감기에 걸려 연신 손수건으로 콧물을 닦으며 “저는 다만 이 일에 유태인 담당과가 책임이 없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 “지시대로 명령을 따라야 했다. 행정적인 절차니까”, “난 죽이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 아이히만에게서 지극히 평범한 관청 직원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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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그는 악마가 아니다”,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썼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흥분하는 사람들에게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법에 따랐을 뿐이라고 하잖아요. 정말 흥미롭지 않아요? 살육적인 체제가 요구한 건 뭐든 열심히 한 사람이 저기 무용담을 늘어놓으면서 유태인을 미워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니.” 한나 아렌트가 보기에 아이히만에게는 목적지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이히만은 기차가 떠나면 자기 일을 마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전혀 가책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어찌됐든 관계없었습니다.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인정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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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히만의 끔찍한 행동과 평범함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마치 1980년 한국의 살인마 전두환 정권에 종사했던 모든 공무원, 군인, 교사, 직장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나 아렌트의 악마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은 “우리는 악을 대체로 초자연적인 어떤 것, 즉 사탄의 체현으로 봤다. 그러나 아이히만은 이런 깊이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는 사유할 능력이 없었다. 그를 20세기 최대의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만든건 그 어떤 어리석음과도 일치하지 않은 사유의 부재였다. 그는 다만 사유할 능력이 없었다.”라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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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유태인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감추지 않았습니다. “유태인이 사는 곳엔 지도자가 있었다. 이 지도층이 거의 예외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또 다양한 이유로 나치에 협력했다. 유태인들에게 이렇다 할 조직이 없고 지도자가 없었다면 혼란과 불행은 있었겠지만, 희생자 숫자가 600만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게 엄정한 진실이다.” 1980년 한국에서도 살인마 전두환 정권에 모든 지도층은 거의 예외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또 다양한 이유로 협력했고 충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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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SyVAKSR9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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