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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1984)

이야기

by 黃薔 2022. 4. 2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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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xW9iBFui9A

029.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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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발간된 우수하고 의미있는 100 스물 아홉번째 ,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네스네시델나꼬스트 비끼Nesnesitelná lehkost bytí,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1984) 시작합니다. 1968둡체크와 함께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했다 프랑스로 추방되었던,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와 그 프라하의 봄을 소재로 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네스네시델나꼬스트 비끼Nesnesitelná lehkost bytí,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1984)속으로 빠져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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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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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4.1~) 192941일 체코 모라비아의 브륀에서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 루드빅 쿤데라(Ludvik Kundera, 1891~1971)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948, 그는 브르노에서 중등교육 과정을 마쳤습니다. 밀란 쿤데라는 프라하 카렐 대학교의 예술학부에서 문학과 미학을 공부했으나, 학기만에 프라하의 공연예술 아카데미의 영화학부로 옮겼습니다. 그곳에서 밀란 쿤데라 처음으로 영화 기획과 희곡 창작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야나체크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조교로 활동하며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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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후 쿤데라는 대학생, 노동자,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바의 피아니스트를 거쳐 문학과 영화에 몰두했습니다. 1950년에, 그는 잠시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학업을 중단 당했습니다. 2008, 체코 주간지 레스팩트(Respekt)’ ‘1950년에 쿤데라가 젊은 체코 조종사 미로슬라보 드보르자첵(Miroslav Dvořáček) 서방간첩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주장하는 전체주의 체제 연구 체코 연구소(Czech Institute for Studies of Studies of Totalitarian Regimes) 수행한 조사를 공개하면서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당시 드보르자첵 탈영해서 서방의 첩보원 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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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데라는 드보르자첵이 여자친구 때문에 방문한 기숙사 학생회장이었다고 합니. 쿤데라 본인은 그런 사람을 몰랐다고 부정했고 서류의 진위 여부를 시작해 여러 문제가 생기면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아무튼, 1952 졸업 후에, 쿤데라는 시와 극작품들을 썼고 프라하의 영화 아카데미에서 세계 문학을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습니다. 밀로스 포만(Milos Forman), 그리고 장차 체코의 누벨 바그계 영화인들이 될 사람들은 두루 그의 제자들이었습니다. 쿤데라는 민주주의의 체코슬로바크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 속합니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젊은이의 사상은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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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그와 트레풀카(Jan Trefulka)라고 하는 체코의 작가는 "반공산당 활동"이라는 죄목으로 공산당에서 추방당했습니다. 트리폴카는 사건을 1962년에 발표한 그의 중편소설 그들에게 내린 행복 묘사했습니다. 밀란 쿤데라 역시 이 사건을농담(라 프레존또리La Plaisanterie)에서 메인 테마로 사용하여 1967년에 발표했습니다. 1956년에 밀란 쿤데라는 공산당에 재입당했습니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Prague Spring)’이 소련연방과 바르샤바 조약국들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쿤데라는 1967년 베라 흐라반코바(Věra Hrabánková)와 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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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데라는 1968 체코의 예술가이자 작가인 바츨라프 하벨(Václav Havel) 함께 프라하의 봄에 참여하였습니다.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무렵의 숙청으로 인하여 그의 처지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로인해,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의 책들은 도서관에서 제거되었고 그 자신은 글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금지되는 역경을 만났습니다. 1970, 그는 다시 체코공산당에서 추방 당했습니다. 1967년에 발표한 농담1969년 발표한 웃을 수 있는 사랑(스메쉬라스키 Směšné lásky)’ 2권만이 쿤데라가 고국 체코에서 발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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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그가 아내와 함께 체코에서 추방되어 프랑스로 망명 했을 때 “프라하에서 서양은 그들 스스로가 파괴되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추방후, 농담(라 프레존또리La Plaisanterie)이 불역되자 마자 프랑스에서도 작가로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그 불역판 서문은 초현실의 작가 루이스 아라공(Louis Aragon)이 작성했습니다. 루이스 아라공(Louis Aragon)은 “금세기 최대의 소설가들 중 한 사람으로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고 격찬하였습니다.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 후 르네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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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정부는 1979년에 그의 시민권을 박탈 했습니 1980년에 파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1981년에 프랑스로 귀화하여 시민권을 획득했습니다. 1989년 체코 민주화 이후 본국으로 임시 귀국하였습니다. 2019 12 3, 체코 정부에 의해 체코 국적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동안 이에 대해 쿤데라가 거부해 왔으나 2018 체코 총리가 직접 방문했을 설득 끝에 이루어진 결과라고 합니. 1979년에 국적을 박탈당한 40년만의 일입니다. 체코의 국적을 회복하였지만, 프랑스 시민권도 유지하고 있어서 2중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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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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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유명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니스니지첼날리커그트비찌Nesnesitelná lehkost bytí,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에서 작가는 어떤 사랑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테레사와 토마스는 우연히 서로 만났다가 사고로 함께 죽습니다. 그들의 운명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과 우연한 사건들과 어쩌다가 받아들이게 된 구속들의 축적이 낳은 산물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죽음을 향한 그 꼬불꼬불한 길,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완만한 상호간의 파괴는 영원한 애매함을 드러내 보이려는 듯 어떤 내면의 평화를 다시 찾는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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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경에는 60년대 체코와 70년대 유럽을 뒤흔들어놓은 시련이 깔려 있습니다. 지금은 멀어져버린 체코이지만 쿤데라의 작품 한복판에 주인공인 양 요지부동으로 박혀 있는 체코,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라기보다는 신화적이고 보다 보편적인 나라, 유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 때문에 오히려 더욱 그 본질이 더 잘 보이는 듯한 그 나라. 변함 없는 성실성과 배반,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찢겨진 존재들의 복합성, 그리고 또한 둘로 쪼개진 세계와 유럽의 드라마와 작가의 근원적 정신질환의 원인은 체코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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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는 프랑스로 망명 후 소설가로서의 성공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1968년까지 나는 체코 국내의 소설가였을 뿐 아무것도 외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 뒤에 작품들이 더러 번역이 되긴 했습니다만 체코 안에서 작가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나는 프랑스를 작가로서의 조국으로 선택한 겁니다. 내 책들이 먼저 나온 곳은 파리였고 나로서는 그 상징적 의미를 매우 귀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밀란 쿤데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에 대한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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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그물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그의 작품으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생은 다른 곳에’, ‘불멸’,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 ‘이별’, ‘느림’, ‘정체성’, ‘향수등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탁월한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아서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즈 소설상 등을 받았습니다. 미국 미시건 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습니다. 1978년에 출간된 이별은 유럽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문학상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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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현대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인 우리의 삶을 마치 모자이크처럼 정교하게 수놓으면서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 겁니다. 시인, 소설가, 희곡작가, 평론가, 번역가 등의 거의 모든 문학장르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근작으로는 향수와 오늘날 현대 소설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의의를 쿤데라만의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지식, 문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풀어 낸 에세이집 커튼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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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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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4명의 남녀가 주된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들의 전 생애에 걸친 사랑이야기를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테레사와 토마스, 사비나, 프란츠가 등장인물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토마스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여긴 테레사는 무작정 고향을 떠나 토마스를 찾아갑니다. 토마스는 비에 젖은 채, 자신의 전 생애를 짊어지고 이제 그 무게를 자신에게 지우려고 하는 여자를 문 앞에서 마주하고 당혹스러워합니다. 그러다 테레사의 손에 들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발견한 순간, 그는 운명적인 감정에 휩쓸려 테레사를 받아들이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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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는 본래 무겁고 진지한 관계를 맺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생은 ‘아이느말 이스트 케이느말(einmal ist keinmal)’ 오직 한번 뿐이 아니었습니다. 아들까지 내팽개친 이혼남인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여자를 갈아치우며 잠자리를 갖는 섹스중독자였습니다. 섹스는 하되 동침은 하지 않는다는 에로틱한 우정의 불문율을 철칙으로 그는 되도록 자신의 공간 안에 여자를 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비를 심하게 맞아 고열에 시달리는 테레사를 자신의 공간에 들이고, 잠을 재웁니다. 자리를 떠나려는 그를 붙잡는 테레사의 손에서 토마스는 강물에 떠내려 온 아기를 발견한 심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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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공간은 강물에 버려져 떠돌던 아기가 도착한 최종지가 된 것입니다토마스에게 테레사가 우연의 산물이라면, 테레사에게 있어 토마스는 운명이었습니다. 그녀에게 토마스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입니다. 그녀가 일하는 식당에 그가 들어왔고, 자신이 담당하는 테이블에 그가 앉았고, 그녀가 숭배하는 ‘책’을 들고 있었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테레사는 토마스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테레사가 토마스를 만나러 갈 때 그녀의 분신처럼 품에 든 책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였던 것은, 테레사의 ‘그래야만 한다(에스 무스 자인es muss sein)'이라는 필연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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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 브론스키가 처음 만나던 날, 소설의 시작인 기차역에서 한 남자가 기차에 치여 죽습니다. 소설의 마지막에 안나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합니다. 테레사에게 있어 삶이란 짜여진 필연인 소설의 구조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테레사가 따르는 필연의 피할 수 없는 절대성과같이 그녀가 맺는 관계는 무겁습니다테레사를 사랑하게 되고 나서도 토마스는 테레사가 씌우는 무거움을 견디지 못합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돈 후안은 테레사를 만나고 나서 동정과 연민으로 고통받는 트리스탄이 되었음에도 그는 이전의 가벼움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몇 번이고 테레사는 그의 외도에 분개하고 절규하면서도 그를 떠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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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를 견디지 못하면서도 그들은 15년을 함께 합니다. 보헤미안에서 만나 프라하의 봄을 누렸고, 스위스로 함께 떠났다가 다시 체코로 돌아옵니다. 삶이 종결되는 그 순간까지도 그들은 애정과 증오가 뒤섞인 삶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은 무거움으로 가벼움을 역설할 수 있게 됩니다. 운명처럼 일회의 '사건’에 의해 시작된 ‘그들의’ 삶이 서로 엉키고 얽매이며 중량을 가지고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소설에서 ‘아이느말 이스트 케이느말(einmal ist keinmal)’ 오직 한번 뿐이 아니었습니다. 생의 무거움이 가벼움으로 휘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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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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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는 단 한순간도 사랑이라는 담론을 저버린 일이 없습니다. 커다란 서점 한 켠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소설류의 대부분은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남의 연애사야말로 비길 데 없는 최고의 안줏거리입니다.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주된 화두로 떠오르는 것도 역시 연애입니다.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올라 온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다루고 있는 내용과 형식만을 놓고 보면 제목을 ‘참을 수 없는 연애의 가벼움’이라고 바꿔도 무방할 성 싶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어야만 합니다. 겉보기에는 비록 흔한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듯이 보이긴 하지만, 밀란 쿤데라가 진정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우리의 실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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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는 사랑이라는 담론을 도구로 끌어와 개별 인간의 역사와 보편 역사의 교차점을 마련합니다. 소설을 유심히 살펴보면, 밀란 쿤데라가 그려내고 있는 토마스의 삶이 그가 속한 조국의 역사와 나란히 놓여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프라하의 유능한 의사에서 도시 외곽에 위치한 병원의 의사로, 유리창 닦는 노동자로, 종국에는 시골 트럭 운전수로. 잘나가던 의사였던 토마스가 추락한 것은 그가 기고한 신문 사설의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체코 공산주의자들을 향한 일침, 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죄를 통감해야 하는데, 그것은 말하자면 오이디푸스 왕처럼 자신의 눈을 찔렀던 것처럼 그리해야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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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는 사설에서 내세운 입장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은밀하고도 노골적으로 받지만, 그는 자신의 글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제안을 거절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쓴 기사의 화두가 된 소포클레스 비극은 소설 초반, 운명처럼 찾아든 테레사가 그에게 환기시켰던 버려진 아기의 신화에서 유래합니다. 이렇게 일회성과 유한성이라는 가벼움을 숙명처럼 지닌 개별 인간의 역사는 순환과 과거로부터 미래에 이르는 끝없는 흐름을 보여주는 무한성을 지닌 보편 역사의 담론의 장 안에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밀란 쿤데라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한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가득 차 있는 밀란 쿤데라의 글은 철학 서적이 아님에도 독자를 철학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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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서양철학에서 ‘존재자체에로의 물음’이 물어진 것의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존재라는 것은 이미 주어져 있었고, 다만 존재하고 있는 ‘존재자’를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이 존재자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여겼으며, 존재자가 존재하도록 하는 활동 그것이 이성과 경험으로 극명하게 나뉘어 사상의 바탕을 이루고 대척점을 이룬 것입니다. 그것은 다시 말해, 철학에 있어서 존재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이 빠져 있었음을 말합니다. 마치 그 물음은 불필요한 것처럼 여겨져 왔던 것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들과 현상학자들이 등장한 이래 존재는 그 자체로 다시 질문을 받았습니다. 존재자의 존재방식에 관하여, ‘있음’이란 무엇인가를 밝혀야만 했던 것입니다. 밀란 쿤데라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결국 이 존재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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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는 그의 소설 첫머리를 니체의 회귀사상으로 이렇게 시작합니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습니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한다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의심합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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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는 영원한 회귀를 바탕으로 ‘존재’란 무엇인가를 고찰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밀란 쿤데라 자신은 이미 서두에서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린 듯 보입니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 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냅니다.” 개별 인간의 역사와 인류 보편의 역사가 교차되는 지점에 사랑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아이느말 이스트 케이느말(einmal ist keinmal)’이라는 일회성과, ‘에스 무스 자인(es muss sein)’ 이라는 영원회귀의 숙명론이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는 장입니다. 토마스와 테레사가 그토록 서로에게 얽매이고, 증오하고, 갈망하고, 미워하고, 사랑하면서 얽히고 설키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 이미 그러한 모순의 합일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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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밀란 쿤데라가 그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마치 날 것 그대로의 삶을 가공하지 않은 채 낱낱이 열거하고 분석하고, 비판한다는 점입니다. 대개의 연애소설이 그들의 운명같은 만남, 그리고 뜨겁게 불타오르기까지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마침내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이야말로 행복의 절정이며 그것만이 올바른 결말인 양 떠들어대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끊임없이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인물들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때로 사색하는 밀란 쿤데라의 시선을 따라 마침내 우리는 존재에 내려앉는 모든 무게와 동시에 허망함이라는 깃털같은 가벼움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밀란 쿤데라는 그것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 이름붙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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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장으로 시작하여 영혼과 육체, 이해받지 못한 말들, 다시 영혼과 육체, 가벼움과 무거움, 대장정, 그리고 카레닌의 미소라는 장에서 마침내 귀결합니다. 삶의 철학이 가벼움과 무거움의 그 어디쯤에 있다면 그 삶이 흘러온 시간은 하나의 대장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카레닌의 미소’라는 완결부에는 그토록 회의적이고도 냉소적인, 그럼에도 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그의 실존철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개를 바라보며 비록 시한부 생명이지만 카레닌이 웃는 동안에는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중얼거렸습니다.” 작품 도입에서 밀란 쿤데라는 영원회귀야 말로 무거움이며, 그것이 곧 비극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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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의 일회성은 영원회귀가 잊혀진 지점,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은 유일하고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우리의 생이 비극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찰나의 반짝임들, 그 가벼움들이 만들어내는 행복들 때문에 우리는 생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존재의 가벼움이 존재의 무거움을 견디게 합니다. 역사의 미분에 개별 인간들의 수많은 중첩이 놓여 있다는 사실과, 죽음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언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인간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의미 있을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수없이 반복되어 온 생명과 죽음의 연장선 위에 한 점으로 놓여있다는 인식이 우리를 좌절케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어진 순간이 유일하다는 인식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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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우리의 생에 있어,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은 그 내용이었습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습니다.” 여자는 남자 육체 무게의 물리적인 무거움을 사랑하고 그리워합니다. 한 번의 삶은 비교될 수 없기 때문에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물에서 떠내려 온 것 같은 테레사의 존재는 토마스에게 너무나 무겁습니다. 항상 끝이 오기 전에 배신을 해야하는, 떠나야 하는 사비나의 존재는 토마스에게 가볍습니다. 반면 프란츠에게는 사비나가 너무나 무겁지 않았을까 합니다. 유럽의 슬픈 역사 위에 프라하, 제네바 등을 오가며 뒤얽히는 네 남녀의 사랑으로 우리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그리고 ‘유한한 것’과 ‘반복될 수 없는 것’의 가벼움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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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는 선택의 결과가 아닌 것은 실패로 간주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어떠한 존재에 대해서 내리는 무거움과 가벼움의 정의는 다를 것이고, 이를 선택한 것이 야기하는 실패에 대한 책임도 우리가 질 것입니다. 유럽의 역사, 네 사람의 사랑, 니체와 밀란 쿤데라의 사상과 철학이 한없이 덧없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같이 역설적인 문장이나 무거움과 가벼움 등의 정 반대의 개념, 외과의사부터 유리창 닦는 노동자의 삶까지 경험하는 주인공 인생의 변화 등이 한 번의 완독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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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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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발간된 우수하고 의미있는 100 서른번째로 문학서적으로는 마지막 , 아흐마드 살만 루슈디 경(Sir Ahmed Salman Rushdie, 1947 6 19~) 악마의 시 (The Satanic Verses, 1988)편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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